도희 展

 

시간의 지층

 

시간의 흔적 #3_mixed media on canvas_116.8x91cm_2022

 

 

갤러리 도스

 

2022. 6. 29(수) ▶ 2022. 7. 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사라질 것들 #1_acrylic on canvas_60.5x72.5cm_2022

 

 

시간의 지층

어른이 된 이후 계속 부과되는 역할들과 현실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혼자서만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감정들이 생겼다. 내면의 그림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의문을 갖게 했으며 회화 표현에 대한 탐구로 확대되었다. 나에게 있어 작업 행위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 속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기억을 회복하고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경험을 주며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낙서로 표현되는 무의식적 행위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 속 잔존한 이미지를 작업으로 끌어들인다.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심상에 부유하고 그것들의 원인을 과거의 사건, 이미지, 기억들에서 추출해 작업에 옮긴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내적, 외적 요소들인 성격, 말투, 행동, 습관들은 내가 살아온 과거 전체의 응축물이자 흔적이다. 과거는 현실적으로 무용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주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것들을 이루며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과거의 이미지를 기억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미지 기억은 장소, 감정, 잔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의식 속에 남는다. 베르그송(Bergson, Henri, 1859~1941)에 의하면, 표상은 그 자체로 실재의 단순한 반영이라기보다 ‘인간적인 경험’을 형성하는 지각과 기억의 혼합물이다. 기억의 힘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고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망각과 선별을 거쳐 과거를 현실화함으로써 현재를 변화시키는 창조성에 있다고 한다. 나의 작업은 기억과 망각이 뒤엉켜진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자함에 있다.

 

 

시간의 지층 #1_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_224.2x162.2cm_2022

 

 

과거는 또한 ‘무의식’ 속에 남아있다. 무의식은 기존 작업의 도구인 낙서의 형태로 캔버스에 드러난다. 지그재그 형태의 반복적 낙서들을 변형시키고 기호, 풍경처럼 해체하거나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과거의 기억들을 재해석해 표현한다. 나에게 드로잉은 잠재된 인식의 내적인 조형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새로운 양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조성을 잘 나타내주기 위한 에너지의 응집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대부분을 내재한 기억에서 풀어져 나온 무의식적 낙서로 표현하지만, 그 위에 생성되는 채도가 높은 기하학적 도형들은 직관하는 현재의 나를 의미한다. 기억은 지층처럼 축적되고 우리는 계속해 사유함으로써 기억이라는 지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는 그것들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나에게 기억은 낱장의 투명한 종이들처럼 지난날과 앞으로의 날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고 존재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레이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것들을 겹겹이 쌓이는 층처럼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

이러한 내면 탐구는 이미지 기억을 기반으로 매일 기록한 핸드폰 메모장 속 텍스트에서 추출한다. 이는 시각적 표현으로는 무의식적 낙서와 도형으로 표출되고 본능적 욕망을 넘어 창조적 행위를 하게끔 한다. 이는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표출된 결과이자 숨겨진 기쁨, 욕망, 불안의 흔적들이다. 이렇듯 나는 지층처럼 축적되는 과거에서 추출된 잔존한 기억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개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표현방법을 고찰하고 있다.

 

 

시간의 지층 #4_acrylic on canvas_162.2x112cm_2022

 

 

시간의 지층#3_acrylic on canvas_162.2x224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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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629-도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