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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현혹하는 ‘고무줄’ 판매가격

[위기의 수입차]소비자 현혹하는 ‘고무줄’ 판매가격

등록 2015.10.13 07:58

강길홍

  기자

지역·시기에 따라 판매가격 천차만별···공식 판매가격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금융 자회사 내세워 고금리 할부장사···저리할부 상술로 젊은층 카푸어 양산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일본제 세단 승용차를 구입한 A씨(34)는 고무줄 판매가격에 자신이 구매한 차량의 진짜 가격에 의심을 갖게 됐다. A씨가 구입한 모델의 공식 판매가격은 취등록세를 포함하면 6000만원에 가까웠다.

A씨는 일산의 한 대리점을 방문해 처음 견적을 요청했을 때 받아든 가격은 기본 할인에 취등록세 지원금 명목을 포함해 5000만원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강남의 다른 대리점에서는 자사 할부금융사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4000만원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결국 A씨는 공식 판매가격보다 15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해당 모델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저렴하게 차량을 구매하고도 오히려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A씨는 “차량의 공식 판매가격보다 15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차량 가격에 적지 않은 거품이 껴있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며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수입차 공식 판매가격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판매가격이 딜러에 따라 들쑥날쑥하면서 업체가 내세우는 공식 판매가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이러한 격차는 구입 시기나 지역에 따라 더욱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딜러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지역에서 아무래도 차량 가격의 할인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러 대리점에서 일일이 가격비교를 하지 않은 소비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 차량을 구입하고 났더니 주변에서 얼마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후회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수입차 업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가격표를 알리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팔리는 가격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애초에 공식 판매가격을 결정할 때 할인액을 감안해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국산차 업체들은 수입차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할인액이 작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차량 가격이 수입차와 비교해 저렴한 것은 물론 본사에서 영업소들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개별적인 프로모션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차를 구매할 때 더 싸게 사는 듯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은 자사의 파이낸셜사를 이용하면 더 많은 금액을 할인해준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고리대금업’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높은 금리를 적용해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에 7일자로 공시된 수입차 평균 할부금융 금리 현황을 보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8.23%,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7.45%,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7.68%, 효성캐피탈 9.19%의 할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국산차 할부금융 금리가 평균 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두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고금리를 바탕으로 수입차 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올 상반기에만 1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지난해 일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107억)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2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3% 저리 할부’ ‘10만 원대 리스’ 등과 같은 ‘미끼 마케팅’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끼 마케팅에 현혹돼 수입차 구매 계약을 맺은 젊은층이 뒤늦게 중도 해지했다가 막대한 수수료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20대 젊은 층이 수입자동차를 중도 해지한 건수는 총 1405건으로 국산차(226건)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중도해지수수료는 380억8000만원에 달했다. 30대의 수입차 리스 중도 해지 건수는 6110건으로 관련 수수료는 1701억원에 달했다. 차량 1대당 수수료가 2700만원이 넘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일부 수입차 회사들이나 캐피털사들은 “리스료가 할부 구매 금액에 비해 낮고, 보험료·취득세·자동차세 등도 낼 필요가 없다”고 리스의 장점만 설명하고, 높은 중도 해지 수수료 등과 같은 단점들은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능력 과시용으로 빚을 내서 수입차를 타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이면에는 수입차회사 및 캐피털사의 교묘한 상술도 숨어 있다”며 “젊은 층을 현혹하는 수입차 및 캐피털사의 무분별한 마케팅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고무줄 같은’ 수입차 가격과 ‘조삼모사’ 같은 할인액을 내세우는 수입차 업체들의 영업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할인을 해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가 생겨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최근 수입차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도 생겨났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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