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 라인업의 마침표 XC40

조회수 2018. 7.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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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XC40을 출시하며 대형부터 소형에 이르는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과거 볼보는 XC90을 시작으로SUV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XC60으로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남은 자리는 소형 SUV다. 날로 그 경쟁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소형 SUV 시장에 볼보는 XC40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지난 6월 하순부터 대한민국에도 볼보자동차코리아를 통해 XC40이 데뷔했다.

절대 강자가 없는 소형 SUV 시장에서 XC 40은 R-Design, Inscriptiom, Momentum 세 가지 트림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먼저 엉덩이를 붙이게 된 모델은 R-Design으로 현재 XC 40 예약 판매에서 가장 많은 63%의 비중을 차지하는 녀석이다. 시승한 R-Design과 모멘텀의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각각 4,880만원, 4,620만원이며,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은 5,080만 원이다.
 

최근 볼보는 Hot한 브랜드 중 하나다. 볼보의 차들이 이목을 끌어 모은 건 성공적인 디자인 변신이 큰 역할을 했다. XC 40은 좋은 성적표를 받았던 형들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가져왔고 약간의 붓 터치로 차별화를 뒀다. 토르의 망치가 그렇다. 기존에 ‘T’형태를 옆으로 뉘인 것 같았던 모습이 ‘Y’를 옆으로 뉘인 것처럼 매만졌다. 토르의 망치가 로키의 지팡이로 변한 것. 약간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디자인의 핵심을 매만졌다는 점은 과감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
 

또한 D필러와 리어 윈도우의 경사각을 크게 디자인함으로써 역동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XC 90은 크고 넓게 적용하고 XC 60은 부드럽게 이어졌다면 XC 40은 모형자를 덧대고 그린 듯 반듯하다. R-Design에서 모멘텀, 인스크립션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모멘텀, 인스크립션은 라디에이터 그릴 세로를 강조한 반면 R-Design은 음각 형상 적용으로 차별성을 뒀다.
 

XC 40의 문을 열어보면 XC 40이 강조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시승차의 글로브 박스 손잡이 위로 가방이 하나 걸려있고 센터 콘솔 옆 부분, 스티어링 좌측의 카드 수납장, 뒤 문과 시트 사이 컵홀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공간성을 어필하고 있다.사실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은 단기간에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운전자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습관이나 편의성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불편함을 고민했다는 흔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미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나다. 눈에 확 띄는 오렌지색 펠트로 실내를 두르고 대시보드는 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이 떡하니 자리 잡았다. 디스 플레이 화면 옆으로는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을 사용했다는 금속 장식이 자리했다.
 

XC 40은 볼보의 새로운 엔진 계통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2.0 4기통 터보 엔진이 얹고 8단 기어트로닉을 조합해 최고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성능을 보인다. 또한 전 트림에 사륜구동방식을 채택했다. 시승구간은 남양주에서 서울 반포 한강대교까지 약 236km의 장거리 시승이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코스를 달려볼 수 있는 기회다.
 

뻥 뚫린 도로에 XC 40을 올린 후 처음으로 엄지를 치켜세운 것은 정숙성이다. 엔진 소음은 물론이고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까지 훌륭하게 잡아냈다. 심지어 뒤좌석에서도 트렁크를 타고 넘어오는 소음을 느끼기 힘들 정도다. 볼보의 차를 타면서 이 정도로 정숙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만족감은 더욱 높았다.

반면 주행 성능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힘은 무난했으나 속도가 오를수록 차체 출렁거림이 느껴졌다. 특히 코너 구간 진입 후 빠져나올 땐 자연스럽게 운전자가 그루브를 타게 만들었다. 실내 공간 확보에 크게 기여한 1,640mm의 높은 전고가 안정성에선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모 상으로는 스포츠 주행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주행 질감은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둔 듯하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해 R-Design에서 모멘텀 사양으로 바꿔탔다. 두 차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섀시 설정이 달라 주행 질감 면에서 차이가 있다. 스포츠 사양에 해당하는 R-Design이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XC40 모멘텀에 올랐을 때 다소 혼란스러웠다. 모멘텀이 R-Design에 비해 날랜 몸놀림과 경쾌한 가속을 보여줬고 안정성도 뛰어났기 때문. 모멘텀과 R-Design이 다른 섀시를 사용하는 탓도 있겠지만 18인치를 적용한 것도 주행 질감의 차이를 만들었다.
 

XC 40을 이끌고 와인딩 구간에 들어서 매섭게 몰아붙였다. 몰아붙이면 몰아붙일수록 XC 40은 낭창거렸다. 그 낭창거림은 운전자를 유쾌하게 만드는 낭창거림이었고 스티어링을 꺾어대는 족족 유려하게 쫓아왔다. 기특한 마음을 한껏 품은 채 이끌어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과속 방지턱을 만났다. 해당 코스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지역으로 얼마 전부터 사고 예방을 위해 과속 방지턱을 설치한 것이다. 미쳐 과속 방지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급하게 감속하며 과속 방지턱을 넘자 XC 40은 안전벨트를 꽉 조여왔다. 달리는 즐거움도 좋지만 안전을 놓치지 말라 다그치는 듯이 말이다. ‘안전의 볼보’라는 슬로건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다.
 
 
와인딩 구간에 과속 방지턱이 빽빽하게 들어선 탓에 의외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노면 접지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한 역할도 담당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타이어를 노면에 접지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XC 40은 그런 면에서 기본에 충실하다. 조금이라도 차체가 뜨는 것 같으면 잽싸게 잡아당기듯 노면에 밀착시킨다.
 

볼보코리아는 XC 40에 대한 장점으로 시티 세이프티 (City Safety), 즉 반자율주행 기술을 대거 적용해 운전 편의성과 안전을 도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시티 세이프티는 편의성과 안전에서 큰 도움이 되겠으나 자동차의 기본 기능이 안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XC 40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볼보 XC 40은 메르세데스 벤츠 GLA, BMW X1, 재규어 E 페이스, 폭스바겐 티구안 등 쟁쟁한 경쟁 모델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해야한다. 더구나 XC 라인업의 마침표를 찍는 모델인 만큼 XC 90, 60 형들의 성적과 비교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XC 40이 지닌 기본과 디테일은 XC 40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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