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면 미세먼지 마셔도 된다?…‘구멍 뚫린 경보제’

입력 2016.03.30 (17:37) 수정 2016.03.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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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미세먼지 ‘가득’…31일은 더 포근


[연관기사] ☞ [뉴스9] 미세먼지 ‘건강 빨간불’…“물 충분히 마셔야”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부 지방을 뒤덮고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만이 아니다. 강원과 충청 등 중부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2배에서 4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미세먼지가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밀어닥친 탓이다.

경보제 전국 시행?…지방 39개 시군은 제외

그런데 이렇게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밀려와도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적인 미세먼지 경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로는 강원과 충북, 경북 등 전국 39개 시군은 경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주로 인구가 적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농촌, 산간 마을이 대부분이다. 안 그래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인데 그나마 경고 메시지를 쉽게 전해줄 수 있는 경보마저 내려지지 않다 보니,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경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어르신들이 고농도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 없이 거리에 나와 있다. 미세먼지 경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어르신들이 고농도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 없이 거리에 나와 있다.


미세먼지 예보의 경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예보는 예측일 뿐 미세먼지의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경보제에는 왜 이런 구멍이 생겼을까?

구멍 뚫린 대기환경보전법

환경부 소관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2조 1항에 미세먼지 경보제의 시행 지역이 규정돼 있다. '광역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 지역'이 그 대상이다.



환경부가 경보제 시행 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군 지역처럼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도록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취재에 들어가자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오존 경보제 시행 당시 적용한 규정을 미세먼지 경보제에도 그대로 준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뒤늦게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존의 경우 주로 차량이 많은 도시 지역에만 영향을 주는 반면, 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이 같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같은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수도권에 편중된 관측망도 문제

법령이 개정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부족한 관측망이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아야 경보를 내릴 수 있는데 지방의 작은 도시에는 관측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작은 원으로 표시된 것이 관측소가 위치한 지역. 대부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작은 원으로 표시된 것이 관측소가 위치한 지역. 대부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


특히 미세먼지(PM10)보다 더 작고 해로운 초미세먼지(PM2.5) 관측소의 경우 올해 1월 말 현재 전국의 132개 관측소 중 96%가 85개 시 지역(특별시, 광역시 포함)에 밀집돼 있다. 77개 군 지역에 설치된 관측소는 고작 5곳, 4%에 불과하다.

서울시 한 곳에 무려 27곳의 관측소가 설치돼 있는데, 충청남도는 15개 시군을 통틀어 단 한 곳밖에 없을 만큼 지역별 편중도가 심하다.

"경보제는 보편적인 서비스"

이에 대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는 "대부분의 환경 오염 피해 저감을 위한 정책 비용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국민들의 보편적인 건강 보호를 위해 국비를 추가로 투입하더라도 경보제를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특히 미세먼지 정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노약자 같은 민감군"이라며 "농촌이나 군소 도시에 노약자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자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올해 초미세먼지 관측소를 전국 32곳에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 수가 많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지방 소도시까지 관측망의 구멍을 메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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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 살면 미세먼지 마셔도 된다?…‘구멍 뚫린 경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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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3-30 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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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미세먼지 ‘가득’…31일은 더 포근 [연관기사] ☞ [뉴스9] 미세먼지 ‘건강 빨간불’…“물 충분히 마셔야”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부 지방을 뒤덮고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만이 아니다. 강원과 충청 등 중부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2배에서 4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미세먼지가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밀어닥친 탓이다. 경보제 전국 시행?…지방 39개 시군은 제외 그런데 이렇게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밀려와도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적인 미세먼지 경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로는 강원과 충북, 경북 등 전국 39개 시군은 경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주로 인구가 적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농촌, 산간 마을이 대부분이다. 안 그래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인데 그나마 경고 메시지를 쉽게 전해줄 수 있는 경보마저 내려지지 않다 보니,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경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어르신들이 고농도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 없이 거리에 나와 있다. 미세먼지 예보의 경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예보는 예측일 뿐 미세먼지의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경보제에는 왜 이런 구멍이 생겼을까? 구멍 뚫린 대기환경보전법 환경부 소관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2조 1항에 미세먼지 경보제의 시행 지역이 규정돼 있다. '광역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 지역'이 그 대상이다. 환경부가 경보제 시행 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군 지역처럼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도록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취재에 들어가자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오존 경보제 시행 당시 적용한 규정을 미세먼지 경보제에도 그대로 준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뒤늦게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존의 경우 주로 차량이 많은 도시 지역에만 영향을 주는 반면, 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이 같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같은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수도권에 편중된 관측망도 문제 법령이 개정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부족한 관측망이다. 미세먼지 농도를 알아야 경보를 내릴 수 있는데 지방의 작은 도시에는 관측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작은 원으로 표시된 것이 관측소가 위치한 지역. 대부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 특히 미세먼지(PM10)보다 더 작고 해로운 초미세먼지(PM2.5) 관측소의 경우 올해 1월 말 현재 전국의 132개 관측소 중 96%가 85개 시 지역(특별시, 광역시 포함)에 밀집돼 있다. 77개 군 지역에 설치된 관측소는 고작 5곳, 4%에 불과하다. 서울시 한 곳에 무려 27곳의 관측소가 설치돼 있는데, 충청남도는 15개 시군을 통틀어 단 한 곳밖에 없을 만큼 지역별 편중도가 심하다. "경보제는 보편적인 서비스" 이에 대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는 "대부분의 환경 오염 피해 저감을 위한 정책 비용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국민들의 보편적인 건강 보호를 위해 국비를 추가로 투입하더라도 경보제를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특히 미세먼지 정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노약자 같은 민감군"이라며 "농촌이나 군소 도시에 노약자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자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올해 초미세먼지 관측소를 전국 32곳에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 수가 많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지방 소도시까지 관측망의 구멍을 메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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