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보도에 자리한 환풍구는 ㎡당 500㎏의 하중을 버텨야 하는데 이 환풍구는 그 절반도 못 버틴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였다.
이곳은 덮개 일부가 끊어졌을 뿐 아니라 덮개가 다른 곳처럼 수직으로 서 있지 않고 비스듬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덮개는 빗물이 들이치는 걸 막기 위한 벽면용 제품이다.
최호태 한국건설관리공사 기술연구소 팀장은 "하중을 견디기 위한 바닥용으로는 부적합한 제품을 임의 시공했다"며 "강도는 바닥용 규격품의 절반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주체인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 환풍구는 모터로 바람을 뽑아서 배출하는 강제배기식 환풍구다. 수직으로 바람이 올라오면 보행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 바람을 차도 쪽으로 배출하려고 비스듬한 형태의 덮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민들은 수시로 환풍구 위를 지나다녔고 그때마다 환풍구는 흔들거렸다.
이처럼 환풍구가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지만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덮개가 기울어졌지만 내구성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환풍구는 올해 보수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안일한 답변만 내놨다. 서울시는 2014년 판교 사고 이후 지하철 환풍구 2809개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했고 이 중 706개가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서울시 내부조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보수가 필요한 지하철 환풍구 706개 중 441개에 대한 보완을 완료했고 나머지 265개는 보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265개는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것들로 분류됐다. 이미 붕괴되고 있는 환풍구를 경미한 보수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으로 요란하지만, 그때뿐이다. 과거 기억은 희미해지고 안전에 대한 '건망증'은 국민을 다시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특별취재팀 = 이은아 부장(팀장) / 홍장원 기자 / 안정훈 기자 / 홍성윤 기자 / 정순우 기자 / 배미정 기자 / 백상경 기자 / 연규욱 기자 / 홍성용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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