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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소비자 호구 만드나"…중도금 무이자 때문에 '부글부글'

'중도금 무이자' 광고 후 일반분양시설경비에 이자비용 포함
세종시 푸르지오 입주자, 대우건설 상대로 소송…대우건설 승소
"소비자 바보로 만드는 판결" 비판…"분양원가 충실히 공개해야"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5-11-11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중도금 무이자'라는 말의 뜻을 다시 곱씹어봐야죠. 이자를 고객들한테 떠맡기지 않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완전 무상'의 의미가 아니라는데 이건 말장난이죠."(김모·33·서울 중랑구 거주)


중도금 무이자라고 광고하고 다른 항목에 중도금 이자 금융비용을 포함한 것에 대해 법원이 "과대광고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세종시 아름동 푸르지오아파트 입주자 494명이 대우건설을 상대로 "입주자 1인당 50만원씩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의 핵심은 '중도금 무이자'와 관련이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1년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안내 팸플릿에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고 밝혔다. 그런데 입주자 모집공고에 적혀있는 분양원가 중 '일반분양시설경비' 항목에 중도금 이자 금융비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입주자들이 "대우건설이 과장광고를 했다"며 중도금 이자비용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이런 분양광고가 거짓·과장광고나 사기광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된다는 것은 책이나 언론보도·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는 4단어가 중도금 융자 비용이 분양대금에 반영되지 않는 '완전 무상'의 의미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법원의 이런 판단에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용인하는 판결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달 아파트를 청약할 계획이라는 김모(40)씨는 "'중도금 무이자'라고 한 뒤 이자비용을 받은 것 자체가 허위광고가 아니라는 얘기 아니냐"며 "앞으로 '중도금 무이자'를 내걸고 이자 비용을 청약자·계약자들에게 떠미는 사례가 많아질 텐데 소비자들만 호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모(41)씨 역시 "신의성실의 원칙을 생각해보면 건설사의 잘못은 명백하다"며 "중도금 무이자라는 건 이자가 없다는 명백한 표현인데 그걸 믿은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완전 무상'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박모(44)씨 역시 "무상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뜻인데 무상과 완전 무상의 차이가 무엇이냐"며 "애매한 표현을 바로 잡아야 할 법원이 되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소비자가 내야하는 분양가와 건설회사가 처리하는 분양원가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며 "중도금 이자는 회사가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원가에 포함돼야 하는 항목이며, 그렇지 않으면 분식회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무이자 융자라고 해서 원가에 포함시키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법원의 이번 판단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도금 무이자로 광고하거나 발코니 무상 확장을 내세운 뒤 관련 비용을 다른 항목에 포함시켜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비슷한 행동을 할 유인이 더욱 높아진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원가가 제대로 공개됐다면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분양원가를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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