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불량 폭스바겐' 판매 급증 '소비 의식'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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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량 폭스바겐' 판매 급증 '소비 의식' 부끄럽다
  • 이해선 기자 lh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12월 15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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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미끼' 덥석 사회적 책임론 대두…"소비자 권익 약화될 수 밖에"
   
 

[컨슈머타임스 이해선 기자] "이번 판매 결과로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차량 성능 자체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여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당사자의 대답이라 하기엔 다소 뻔뻔하게 느껴지는 언급이다.

배기가스 조작 논란으로 판매량 급감을 겪은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결과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자는 이달 초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폭스바겐 판매점을 방문했다. 확실히 지난 10월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던 매장은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다.

판매직원은 지난달과 비교해 혜택이 축소되기는 했으나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에 여전히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놨다.

'2016년형 모델에서는 임의 조작장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환경부 발표가 판매직원들의 영업에 자신감까지 실어준 듯 보였다.

차량에 결함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좋은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지금이 바로 '구매 적기'라는 설명으로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폭스바겐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서 불과 몇 달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배기가스 조작 사태 주인공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 년간 고의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한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적 실리를 택한 것이다.

지난달 국내 판매량이 급증한 것과 달리 미국과 영국의 폭스바겐 판매량은 각각 24.7%, 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해외 사례와 비교되며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판매조건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도덕적 결함을 가진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시장에서 본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가격할인 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에게 1000달러 가량의 보상을 제시한 폭스바겐그룹이 국내에서 내놓은 보상 방안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국내 소비자 단체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비자와함께' 박명희 상임대표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며 "소비자가 눈앞에 단기적인 이익만 쫓다 보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소비자 법 체계 자체도 약한 데다 가격을 쫓는 소비행태까지 보인다면, 기업 입장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보상책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윤리적으로 질타를 받는 기업 제품은 단호하게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어야 기업 역시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이번 사태를 좋게만 받아 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사의 지원이 더해졌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할인으로 인한 출혈이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이번 할인으로 인한 영업 이익 감소폭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의 가격조건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할인을 경험한 소비자가 정상가격으로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할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 앞으로 폭스바겐을 제값 주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불과 몇 달 전 정상가격으로 차를 구매한 이들이 100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을 본 후 과연 다시 폭스바겐을 구매할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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