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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년째 인터넷요금 꼬박꼬박 낸 당신은 호갱입니다"

임형준 기자
입력 : 
2018-02-25 17:43:41
수정 : 
2018-02-28 14: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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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IPTV 3년 결합상품, 별도 해지 안된다더니 "공정위에 문의" 항의하자 상품권에 요금할인까지
신규가입도 혜택 천차만별…정보 어두운 소비자만 골탕
장기가입 충성고객 '봉' 취급…통신3사 얌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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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특별히'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고…. 대기업이 이래도 되나요." 직장인 김 모씨(29)는 최근 이용하던 인터넷과 IPTV 서비스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고도 기분이 상했다. 해지 당시 "남은 위약금이 있다"며 시간을 끌던 A업체를 상대로 김씨가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 묻자 돌연 "면제해주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다수 소비자가 이용하는 3년짜리 인터넷·IPTV 결합 상품 계약을 맺고 사용해왔다. 문제는 신규 가입 몇 달 후 TV를 한 대 더 구입하면서 추가한 서비스 때문에 발생했다. 서비스 이용 기간 3년을 모두 채운 김씨가 "다른 통신사 상품을 새로 설치하면 수십 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새로 추가한 서비스의 별도 약정이 함께 해지되므로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별도 약정이라는 안내에 김씨는 기존 서비스만 해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A업체는 "추가한 IPTV 상품이 인터넷 기반이어서 인터넷을 해지하면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 요금과 10만원 가까운 위약금을 고려해 "이용하지 않고 요금을 내도 괜찮으니 기존 서비스만 해지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같이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참다 못한 김씨가 "계약이 공정한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하겠다"고 분통을 터트리자 상담원은 돌연 "본사와 통화해보겠다"고 하더니 잠시 후 본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번만 특별히 면제해주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씨는 "공공기관을 언급하면 바로 면제해주고, 따져 묻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인터넷과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통신업체들의 위약금 부과와 각종 서비스 혜택 기준이 가입자의 문의 여부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뀌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점을 파악해 거세게 항의하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별 불만 없이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사실상 '봉' 취급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계약 연장 시 주어지는 혜택도 마찬가지다. 계약 기간이 끝난 장기 가입자라도 문의 없이 계속 사용하면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해지하겠다고 전화를 걸면 상담사는 대뜸 사은품이나 요금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안내한다. 5년간 한 통신사의 인터넷과 IPTV를 이용하다 최근 해지를 문의한 이 모씨는 "해지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1년만 더 쓰면 17만원을 주겠다고 했다"며 "1년만 쓰고도 전화를 걸면 상품 준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무 말 없이 오래 쓰는 장기 가입자는 '호구'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러한 관행이 "IPTV·인터넷 공급 업체인 대형 3사(SK브로드밴드·KT·LG 유플러스)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입을 모았다. 고객 관리와 민원 대응비용 절감 차원에서 혜택을 탄력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보에 어둡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통신사들의 이 같은 차별적 서비스는 박탈감만 안겨준다.

실제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상에는 통신사들의 차별적 서비스 행태를 막기 위한 소비자들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S사로부터 ○년 후 해지 방어로 ○만원을 받아냈다' 'K사는 요즘 ○만원까지 가능하다' 등 통신사들이 해지 문의를 받고 사은품을 주는 '해지 방어' 정보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모습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고객센터에 서비스 관련 항의나 해지 문의를 하는 고객에게만 혜택을 제공해 가입을 유지시키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경쟁이 심화된 데다 고객 민원이 정부 기관에 접수되면 사후 대응 비용이 발생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 요금과 한정된 시장 상황 때문에 해지 후 또다시 고객이 될 확률이 높은 소비자의 개별 만족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 3사 모두 일괄적 혜택 제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기 고객에 대한 일반 혜택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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