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골목 숨어든 ‘흡연 난민’ 골치 ‘피울 공간’ 늘려주는게 나을까
서울시내 합법 흡연구역 40곳
건물 뒤편 등 삼삼오오 몰려
보행 시민 예고없는 간접흡연
市 “금연정책 속 ‘부스’ 힘들어”


‘254546 vs 40.’ 정부와 지자체들은 ‘피할 권리’를 앞세워 금연구역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흡연자들은 ‘피울 권리’를 내세워 흡연구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금연구역 25만4546곳 중 2만220곳이 광장, 공원 등 실외 금연구역이다. 2012년 실외 금연구역이 3134곳인 것과 비교하면 5년만에 6.5배나 증가한 셈이다.

반면 합법적인 실외 흡연공간은 40곳에 불과하다.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서초구와 양천구가 각각 8곳으로 가장 많고, 중구 7곳, 송파구 4곳, 강남구성동구 3곳, 종로구 광진구 2곳이다. 용산구, 구로구, 마포구에도 각각 1곳씩 설치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지역에서 담배를 피울 곳을 찾아다는 ‘흡연 난민’들은 금연구역 등을 피해 골목이나 이면도로, 건물 옆에 자체적인 흡연공간을 마련했다. 비흡연자들에게선 간접흡연 피해가 늘고 있다는 호소가, 흡연자들에게선 흡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의 확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흡연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흡연권도 혐연권과 같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의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헌법 제17조에 의해 보장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일 오후,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한파에도 서울시청 인근이나 세종문화회관 뒤편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25년 이상 담배를 피웠다는 직장인 김모(50) 씨는 “금연구역도 아닌데 괜히 남에게 피해 줄까봐 눈치가 보인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정부에서 아예 담배 판매를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흡연자를 위한 정책은 이해가 가지만 흡연자의 권리는 일방적으로 무시만 당하고 있어 불편하다”며 “몇년전 담뱃값을 한꺼번에 올리더니 흡연자들을 위한 예산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늘어난 담뱃세 중 일부는 흡연부스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흡연자들은 좁은 골목이나 이면도로를 지날때 예측할 수 없는 담배 연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연기가 나면 코를 막고 발걸음은 재촉하기도 한다.

흡연시설을 늘리는 것이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흡연자인 직장인 김준영(37) 씨는 “금연구역만 늘려놓고 흡연 공간이 따로 없다보니 골목 등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몰린다”면서 “그렇게 되면 담배 연기가 싫어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금연구역 이외에서 흡연을 막을 방법이 없는만큼 별도의 시설로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 4명 중 3명(75.9%)은 ‘금연구역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답했다.

서울시도 흡연시설 설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실제 시설을 확대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연정책을 하면서 흡연부스 설치를 권장할 순 없다”면서 “다만 연내 흡연부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시가 보행 중 흡연 금지에 관련한 조례 제정을 검토했지만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되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간 갈등을 키우기도 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