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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소비자는 ‘봉’, 국내 법·규정 무시하는 외국항공사 ‘배짱 영업’
- 하루만에 취소수수료 42만원, 폴란드항공 “우린 공정위 시정권고 적용 안해”
- 법조계 “소비자 구제 제도 헛점 악용”
- 공정위 “국내에서 재화 판매하면 우리 정부 관할”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지난 1월 19일 A씨는 인터파크를 통해 6월 17일 출국하는 폴란드항공의 왕복 항공권 2매를 183만2600원에 구매했다. 다음날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항공권 취소를 요청한 A씨는 인터파크 측으로부터 42만원의 취소 수수료를 청구 받았다. 2인 기준으로 항공사 취소수수료 40만원과 여행사 취급수수료 2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A씨는 출국일이 임박한 것도 아니고, 결제 후 하루 만에 취소를 하는 것인데 40만원이 넘는 수수료는 과도하다고 주장했지만 인터파크 측은 ‘항공사 규정’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인터파크 측은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겠다는 A씨에게 “네 알겠습니다”라는 짧은 답을 남겼다. 


A씨와 인터파크 측 사이에 항공권 구매 취소와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권 취소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 항공사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환불 약관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려왔지만, 일부 항공사들의 ‘배짱 영업’은 여전하다.

과도한 취소 수수료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은 물론, 소비자 개인이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일부 항공사가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상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재화’는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는 무조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같은 법 19조에선 재화 판매처가 요구할 수 있는 취소수수료 수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환된 재화 등의 통상 사용료 또는 그 사용으로 통상 얻을 수 있는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 ▷반환된 재화등의 판매가액에서 그 재화 등이 반환된 당시의 가액을 뺀 금액 가운데, 높은 금액을 취소수수료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 항공권 취소 수수료의 적정선을 구매 금액의 10% 정도로 판단, 네달란드항공과 에어프랑스항공의 과도한 취소 수수료를 시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A씨에게 부과된 취소 수수료율은 23%에 달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 소지도 높다. 기존 공정위의 약관법 해석에 따르면 출발일로부터 91일 이전에 구매가 취소된 항공권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A씨는 출국 날짜가 100일 넘게 남은 시점에 항공권 취소를 요청했다.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 변호사는 “항공사 자체 규정이라는 이유로 취소 시점에 상관 없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개별법(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법을 잘 모를 것이라는 생각과 법을 알더라도 돈을 반환받는 과정이 쉽지 않으니 그런 절차를 밟을 소비자가 사실상 없을 것이란 판단으로 (외국 항공사들이)이런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폴란드항공의 온라인 항공권 판매를 대행한 인터파크는 해당 수수료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직접 항공사에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항공사가 어떤 기준으로 환불 수수료를 책정했는지 우린 알수 없다”며 “해당 수수료는 항공사가 전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A씨를)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항공은 외국항공사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항공 관계자는 “우리는 취소 시점에 상관 없이 똑같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취소 수수료 관련)공정위의 시정 명령 등을 알고는 있지만 외국에 있는 본사에서 이를 적용하라는 지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에서 항공권을 판매한 외국항공사 역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재화를 판매했다면 우리 정부의 관할에 들어간다고 볼수 있다”며 “환불 약관에 대한 불법 여부는 면밀히 따져봐야하지만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권고가 외국항공사라고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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