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데 5만원?"…과잉진료에 두 번 아픈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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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송모씨(24)는 감기기운을 느껴 동네 병원을 찾았다. 열을 재는 등 몇 차례 진료를 받고 수납대로 가니 진료비로 4만5000원이 청구돼 있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해 이유를 물으니 간호사는 독감이 유행해 독감검사까지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단순 감기에 불과한데 사전 설명도 없이 독감검사를 한 사실이 과잉진료라고 생각해 황당했지만 별 수 없이 돈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송씨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송씨처럼 본인이나 아픈 자녀를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제대로 된 사전설명 없이 불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권유해 과도한 진료비가 청구됐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최근 동네 병·의원들의 과잉진료 문제로 의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심평원에 본인이 지불한 진료비가 적정한지를 묻는 진료비 확인 금액이 475억에 달했다. 자신이 쓴 진료비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이윤추구에 급급한 의사들과 의료소비자인 환자간 정보 비대칭이 매우 심해 과잉진료 문제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디가 아픈지, 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동네 병·의원이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례는 곳곳에 있다. 3살 된 자녀가 아파 근처 병원을 찾은 김모씨(33)는 "다짜고짜 독감 검사부터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체온이 정상이었다"며 "아이가 아픈 만큼 검사 자체를 문제 삼진 않았지만 과잉진료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모씨(32)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에 들른 윤씨는 "치료에 피부가 좋아진다는 비타민 주사 시술까지 포함돼 있다고 들어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였다"며 "주사를 맞으면서도 왜 굳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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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제도와 환경 및 환자로 인한 종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유석 단국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의료윤리연구회가 주최한 월례강연에서 "(과잉진료 문제는) 의료인으로 인한 요인은 물론 의료제도와 환경을 비롯해 환자로 인한 요인까지 다 함께 짚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이유로 △검사·치료가 더해질 때마다 이익이 더해지는 행위별수가제 △과잉 진단·치료의 경제적·윤리적 부담 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비전문가적 태도 △더 많은 검사와 약물의 사용이 더 좋은 진료라고 믿는 환자와 보호자의 믿음 등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마땅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의료과잉이란 개념의 정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확인 요청 제도’가 그나마 부당하게 청구된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심평원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해당 진료비계산서 영수증 또는 진료비(약제비) 납입확인을 증명해 청구하면 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6년 진료비 확인 청구 민원이 2만1283건 접수돼 7247건이 환불됐다. 약 19억5000만원의 금액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의료진이 고의로 행한 과잉진료까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하다.

결국 의사와 환자의 인식변화를 통한 신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치료 방안에 대한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고 적정의료를 결정할 때 개인의 이익이나 단순히 근거 중심 진료가 아닌 사회적 가치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 교수는 강연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진료지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E)의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명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평균 16회로 세계 1위다. 병원을 자주 찾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잦은 검사나 처방받는 약이 많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믿음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공신력 있는 정보 제공으로 올바른 판단을 돕는 환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