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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안 맞는 수백만원대 명품시계…하자입증은 소비자 몫?

스와치·아르마니·세이코·구찌 등 품질A/S 피해급증
제값 못하는 고가시계 '시간오차 불만' 가장 높아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7-11-30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1. 광주지역 백화점에서 명품시계를 493만8000원에 구매한 A씨(40대)는 날마다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으로 수리를 수차례 받았다. 그러다 오히려 시간이 빨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나자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판매처는 보관상 과실이라며 거부했다.

#2. B씨(50대)는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명품시계를 500만원에 구매했다. B씨는 착용 중 시계가 멈추고 태엽을 감아도 오차가 발생해 판매처를 찾았다. 판매처는 외부 충격 때문에 내부 진동추가 떨어진 것이라며 유상수리 비용으로 50만원을 청구했다.
스와치, 아르마니, 세이코, 구찌, 까르띠에 등 수백만원대인 소위 명품시계들이 시간이 더 정확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오차가 빈번히 발생해 품질과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비쌀 수록 정확하다?…브랜드업체-소비자 간 인식 차↑

소비자는 시간 오차 발생 원인을 제품불량으로 인지하지만 업체는 소비자의 착용·보관환경 등에서의 소비자 과실로 보고 있어 인식 차가 컸다.
또 일부는 품질보증기간 이내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도 소비자 과실로 몰아 과다한 점검비와 수리비용을 요구하고 수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시계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제품 하자 발생시 이를 직접 입증해야하는 등 구제받기 쉽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4년∼2016년)간 시계 관련 피해구제 사건은 총 550건 접수됐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51.3% 증가한 236건이 접수돼 소비자 불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전체 접수건 중 브랜드를 확인한 389건을 분석한 결과 △스와치가 32건(8.2%)으로 가장 많았고 △아르마니 26건(6.7%) △세이코 22건(5.7%) △구찌 18건(4.6%) △버버리 11건(2.8%) △티쏘 11건(2.8%) △까르띠에 10건(2.6%) △몽블랑 9건(2.3%)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별소비세법상 고급시계로 분류되는 200만원 이상 시계 구매 금액 규모는 3억7400만원으로 전체 5억3100만원의 70.4%를 차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전체 550건 중 시간·방수·내구성 관련 '품질' 불만이 235건(42.7%)으로 가장 높았고 청약철회·계약불이행 등 '계약 관련' 160건(29.1%) 수리거부·수리비 과다청구 등 A/S 불만이 130건(23.6%) 순이다.

품질 불만의 주요 이유는 시간 오차였다. 소비자는 비쌀 수록 더 정확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계 구동 방식 특성상 실제론 저가 시계가 더 정확해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고가 시계 경우 중력과 자성을 가진 전자제품 영향을 받아 오차가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명품 브랜드의 환불·보상 원칙이 까다로워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고액체납자로부터 압류한 명품시계.(국세청 제공)/뉴스1© News1
고액체납자로부터 압류한 명품시계.(국세청 제공)/뉴스1© News1

◇허용범위 초과 오차도 빈번…업체는 소비자 보관 과실 주장

브랜드 업체들도 시계를 TV·모니터 등 전자제품 근처에 보관했을 경우 자성에 영향을 받아 시간 오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제품 하자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소비자가 자성이 있는 환경에 시계를 보관해 오차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쿼츠 시계 등은 자성에 의해 시간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일반적인 환경에서 시계를 착용하고 전자 제품 근처에 보관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해 분쟁이 발생하면 업체에 유리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손목시계는 수정진동자를 이용하는 '쿼츠' 방식과 태엽(메인스프링)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식'으로 분류된다. 기계식 시계는 다시 '오토매틱'과 '수동'으로 구분된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단체표준에 따르면 쿼츠는 '한 달에 ±15초' 기계식의 경우 '하루에 ±15초' 정도를 오차 범위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이 범위를 초과한 오차가 발생해도 소비자가 쿼츠·기계식(오토매틱) 시계의 특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구제·보상 등을 받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공예 고가 시계일 경우 시계분류별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업체의 논리에 반박할 수 있어 고가 제품일수록 하자를 입증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시간 오차 발생에 대해 소비자 과실로 몰아가기보다는 고가의 시계를 구매한 소비자 입장도 고려해 수리 후에도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환불 등의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방수 기능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인식과 실제 성능에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설명서의 30M·50M 이내 방수 의미는 고인 물 기준이어서 흐르는 물의 경우 수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 흘러내리는 물은 50m 방수급 수압으로  30M 방수 시계를 찬 상태로 손을 씻으면 물이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C씨(50대)의 경우 아버지의 선물로 350만원 상당 시계를 구매했다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중 시계 내부로 물이 들어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처는 소비자 과실이라고 맞서 골머리를 앓아야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물에 아무런 출렁임이 없을 때가 기준으로 흐르는 물엔 샐 수 있다"며 "손을 씻을 땐 손목시계를 벗어놓고 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계 내부에 습기가 찬 경우에도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자 제품인데 대해 판매처에서 소비자 과실로 몰 경우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서 상담받거나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 신청을 하면 된다. 이후 사실조사, 전문가 자문, 합의권고, 소비자분쟁조정위 조정 절차 등을 거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시계 구매 전에 품질보증 기간과 조건, 수리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하자 여부를 즉시 체크해야 한다"며 "특히 해외 직구로 구매할 경우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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