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루이비통·샤넬·구찌 등 명품브랜드들이 주요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가운데 인상 이유에 대해서는 "글로벌 본사의 가격 방침"이라는 공통된 답변을 내놨다.

환율 변동·관세·부자재가격 등을 고려한 글로벌 본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한국지사에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취지다.이에 실제 프랑스·이탈리아 본사가 한국에서의 가격과 A/S 방침을 결정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메일을 보내고 통화하자 이번엔 '유럽지역 서비스만 책임지고 있으니 한국 지사와 연락하라'는 답변이 왔다.

◇혼수철 맞아 루이비통·샤넬·디올·구찌 등 가격인상 랠리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크리스챤디올·펜디·겐조 등을 보유한 LVMH그룹과 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커링그룹, 샤넬, 에르메스 등은 한국지사를 통해 국내 주요품목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이들 브랜드는 가격이 인상될 때면 △물가·인건비 변동 △환율 변동 △원자재 값 상승 등을 내세우며 어쩔 수 없는 조정인 것처럼 내비친다.

또 가격 인상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으로 진행된다고 한다거나 샤넬의 경우 '프라이스 하모니제이션(조화로운 가격)'이라면서 각국의 제품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지나친 명품소비 풍토를 노린 명품 브랜드의 꼼수라고 지적한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루이비통·샤넬 등은 가격을 올리면서 '환율변동'을 주 근거로 내세우지만 시기상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혼수예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봄·가을 결혼 시즌에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려왔다.

샤넬과 발렌시아가는 최근 단번에 일부 품목 가격을 최대 30% 올려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조정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샤넬의 경우 올 한해 세 번에 걸쳐 가격을 인상하며 배짱 영업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샤넬이 내세우고 있는 조화로운 가격 방침이라는 말도 프랑스와 국내에서 가격 차이가 150만~200만원에 달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은 내용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쿼츠가 프랑스 금융그룹 엑산BNP파리바의 올해 3월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4846개 명품 브랜드 조사 결과 중국에서의 명품 브랜드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21% 높아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한국으로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세계 평균보다 8% 높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들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면 물가가 더 높은 일본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자국 내 판매 가격이 국제 평균 22% 낮은 78%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의 가격이 1.5배가량 비싼 셈이다.

품목별 조사에서는 명품 브랜드별 가격 차이도 심해 중국 시장의 경우 프랑스와 비교해 루이비통은 1.5배, 발렌시아가 1.25배, 아르마니 경우 1.7배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 핸드백 내피(합성피혁)가 변질되고 벗겨져 흉한 모습.© News1

◇해외본사·한국지사 '핑퐁게임'에 '불통'까지…소비자 마음고생

이처럼 명품 브랜드의 국내 가격이 선진국인 유럽보다 더 높은데도 인상을 반복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브랜드의 품질·사후서비스(A/S)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품질과 사후서비스가 철저할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신고 절반 이상은 품질문제와 수선비용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다. A/S 보증기간과 서비스 가능 범위 등도 천차만별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가장 인기 높은 고가브랜드 루이비통 경우 내피를 합성피혁(인조가죽)으로 만들면서 시간이 흐르면 찐득해지고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브랜드 제품 전문 수선 업체 점주는 "루이비통 내피는 인조가죽이어서 오래되면 녹아내려 끈적거리고 가루가 난다"며 "10여년 정도 된 가방에서 이런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소비자는 루이비통코리아의 서비스와 관련해 프랑스 본사로 직접 문의했으나, 한국 지사로 다시금 서비스 문의를 돌려보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News1

최근 한 소비자(여·57)는 루이비통 핸드백·지갑을 구매했다 내피 변질 현상이 나타나 A/S를 받고자했지만 프랑스 본사와 한국 지사, 백화점 매장 책임매니저와 서비스센터 상담원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해당 소비자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무조건 유상 수선만 가능하다면 합당한 근거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샤넬·구찌 등은 불량 부속품에 대해선 무상으로 교체해주지만 루이비통은 부속품 역시 유상A/S를 진행하고 있다. 구찌코리아 측은 "가죽을 포함해 불량·결함 등 품질 문제로 인정되고 상품 구매일로부터 2년 이내 영수증을 지참하면 무상수선 서비스 또는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루이비통 한국 지사는 가죽을 포함한 사후서비스(A/S) 원칙을 명확하게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3주일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대행사 측은 취재 건에 대한 답변은 프랑스 본사의 대표만 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이에 프랑스 본사 관계자와 통화 했으나 "한국지사의 고객서비스와 가격 방침 대한 질의는 우편을 통해서만 접수할 수 있으며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idea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