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솔 담배, 초콜릿향 담배로 흡연 배우면 금연 더 어렵다···"가향물질 규제해야"

홍진수 기자
멘솔 담배, 초콜릿향 담배로 흡연 배우면 금연 더 어렵다···"가향물질 규제해야"

박하향이나 초콜렛맛이 나는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담배를 끊기가 더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흡연 초기에 일반 담배를 피운 사람보다 나중에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1.4배 더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가향물질 규제 법안’ 등을 마련해 내년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4일 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연세대 김희진 보건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13∼39세 흡연자 90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5%가 가향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캡슐담배’다. 멘톨, 설탕따위를 첨가해 매캐한 향을 감춰주기 때문에 청년층 흡연자가 많다. 청소년들을 노리고 개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캡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2.3%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15%로 크게 늘어났다. 김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실제로 가향담배는 여성과 청소년층에서 사용률이 높았다. 여성 흡연자의 73.1%가 가향담배를 피워, 남성의 58.3%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계속 담배를 피우게 될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았다고 밝혔다. 일반 담배로 시작해 계속 일반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람은 41.0%인 반면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계속 가향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69.2%였다. ‘현재는 금연’이라는 응답도 가향담배 20.9%, 일반 담배 26.2%로 차이가 있었다. 흡연 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의 향이 첫 흡연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 ‘신체적 불편함(기침,목 이물감)을 없애서’ ‘냄새를 없애줘서’ 등을 들었다.

캡슐담배의 필터 내부 모습

캡슐담배의 필터 내부 모습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담배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특성은 흡연을 시작하지 않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가향담배는 이런 자극적 특성을 숨기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쉽게 흡연을 시도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가향담배는 일반담배에 비해 이미지도 긍정적이었다.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문항에 ‘분명히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담배 흡연자와 비흡연자 그룹에서는 각각 54.2%, 73.4%였지만, 가향담배 흡연자는 49.9%에 그쳤다. 가향담배를 피우는 13∼18세 청소년의 12.8%는 ‘가향담배 흡연자는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고 응답했다.

아직 담배에 가향물질을 넣는 것에 대해 당국의 규제는 거의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에 ‘제조자등은 담배에 연초 외의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이하 가향물질이라 한다)을 포함하는 경우 이를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ㆍ사진을 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반면 호주와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는 과일 향이나 바닐라·초콜릿 등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규제한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가향담배의 흡연 유인효과가 높다는 것은 세계에서 입증됐고 국내에서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면서 “가향물질 규제방안을 마련해 내년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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