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 관련 제품 모두 생산·판매 중단…이랜드 안일한 대응 비난
식약처, 인력부족해 '식육'보다 '완제품' 조사만…'먹거리 포비아' 확산·소비 뚝
단독[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E형 간염'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사용 및 제품 판매·생산 중단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한식뷔페 자연별곡은 여전히 독일산 돼지고기를 사용해 만든 음식을 매장에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관련 제품을 모두 철수하고, 식품업계 역시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사용 중단 및 햄과 베이컨 등의 가공제품 생산 중단을 선언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여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독일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가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독일산 돼지고기)대체재를 찾겠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을 중단한 식품업계는 "제품에 이상은 없지만, 먹거리 포비아(공포증)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매출 확대만을 바라보고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의 경우 문제가 된 독일이나 네덜란드산 제품을 비롯해 소비자 불안 심리를 고려해 스페인 등 유럽산 가공육 전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조치도 잇따랐다.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제품에 들어간 유럽산 돼지고기 베이컨 사용을 중단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 우려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앞다퉈 먹거리 포비아 진화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국내 대표 한식뷔페가 아랑곳하지 않고 독일산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를 매장에 제공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서울 시내 한 자연별곡 매장을 찾은 이모씨는 "계속 가져다 먹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산지 표기에 독일산 돼지고기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대기업이 안일하게 대응할지는 꿈에도 몰랐고, 아무 의심없이 아이들과 함께 먹은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유럽산 햄과 소시지는 올 들어 국내에 12t가량 수입됐다. 이는 전체 유럽산 소시지 수입량의 3% 수준이다. 당국은 이 물량이 레스토랑 등에서 조리 과정에 쓰였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에 있다.
그러나 8월 초 기준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산 돼지고기 앞뒷다리 부위만 5483t과 1958t 등 모두 7441t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산 돼지고기의 일부는 모 대기업의 가공 원료로 공급됐다. 또 일부는 정육점 등과 같은 식육소매상들을 통해 시중에 유통됐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원료(식육)'보다는 소시지 등의 '완제품'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레스토랑에서 얼마만큼 요리로 사용되고, 햄이나 소시지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먹거리 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수입산 돼지고기를 아예 소비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한 소비자는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에도 '오락가락' 발표와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국민의 불신만 키웠던 만큼, 지금이라도 간염 돼지고기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대로된 조사를 진행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와 국내 식품업계는 국내에서 소시지 등으로 가공하거나 요리를 할때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낮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온처리가 아닌 저온숙성이라면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또 가공자가 이용한 칼 등의 도구와 손에 의해서도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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