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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모듈화로 전자제품 수리비 '폭탄'...원가절감에 소비자 권익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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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모듈화로 전자제품 수리비 '폭탄'...원가절감에 소비자 권익 '뒷전'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7.08.2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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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모듈화로 가전제품 등의 수리비가 높아지는 문제가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제조사들은 정부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모듈화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모듈화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심지어 제품가격의 절반 가까운 돈을 수리비로 지불해야 하는 일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에 사는 정 모(남)씨는 2010년형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해 사용 중 문짝 강화유리가 분리되는 불량으로 수리를 요청했다.

방문 기사는 과거 2010년 출시 당시에는 강화유리만 교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일체형이라 문짝을 통체로 교체해야 한다며 30만 원을 청구했다. 수리비 부담탓에 정 씨는 교체를 포기했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변 모(남)씨는 2년 전 110만 원정도 주고 구매한 최신형 노트북의 고장으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배터리 단자 고장이 원인이었지만 메인보드와 일체형이라 58만 원의 교체비가 청구됐다. 

고장 부위만 교체를 원했지만 부품 모듈화를 이유로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변 씨 역시 수리를 포기했다.

자동차나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 개발된 모듈화는 산업 전반에 퍼져 지금은 생활가전, 휴대전화 등에도 적극 채용되고 있다.

'모듈화'란 개별 단품을 직접 장착하지 않고 몇 개의 관련 부품이 하나의 덩어리로 생산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경우 과거 그래픽 카드, 사운드 카드, 메인보드, USB 포트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최근엔 메인보드 안에 위 부속품이 모두 하나로 합쳐져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모듈화를 선호하는 것은 원가절감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수율 상승과 작업속도 개선은 물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기업입장에서 모듈화는 이익을 높이는 선진화된 생산방식이므로 이를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LG전자 MC사업본부 윤부현 전무는 지난 7월 27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제품모델의 모듈화로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료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계의 모듈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 초에는 정부 지원으로 창원에 자동차 섀시모듈화 전략부품혁신센터를 착공하기도 했다.

문제는 모듈화로 인한 부작용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리비용 증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그 대표격이다. 개별 부품만 교체가 아닌 '덩어리'전체가 수리 대상이 되다보니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갤럭시S7 엣지부터 액정과 테두리를 한꺼번에 교체하도록 정책이 바뀌면서 수리비용 부담이 커졌다. 모듈화를 통해 전후면 유리가 강한 접착제로 부착돼 있어 작업 자체가 까다로운 만큼 수리비용도 높아졌다.

냉장고의 경우에도 문쪽 강화유리에 금이 가서 AS를 맡기면 문짝을 통채로 교체해야 하고, 수십 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TV 액정이 파손되면 부분 수리가 어려워 액정 전체를 교체해야 해 수리비가 백만 원대를 넘기기도 한다.

◆ 수리비용 증대로 제조사 실익 거둬...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 필요

수리비용 증대로 이익을 얻는 곳은 결국 제조사들이다. 대기업들은 AS서비스를 하면서 부품재고를 처리하며 수익성을 보장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AS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대부분 공개하지 않지만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제조사 관계자는 "모듈화로 AS 이익을 기대하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모듈화를 통해 생산과정을 단순화 시키고, 품질통합관리가 가능해져 제품이 더 안전해지고 대량생산으로 인한 최종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실익이 있다"고 말했다.

모듈화로 인한 소비자 수리비용 증대문제는 이미 수년 전인 지난 2013년 경 '컨슈머리서치' 등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문제제기한 바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산업 전반에 뿌리내린 모듈화의 취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순 없다. 다만 수리비용 증가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듈화 부품에 대한 무상보증기간 연장, 수리비 할인, 제조사 납품용과 별도로 보증수리용 단품 부품 공급 의무화 등 모듈화로 인한 소비자 수리비용 증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부가 나서서 입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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