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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피해소비자가 직접 증명하라고?
“영수증 없는데 어떻게 증명”답답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나모(35) 씨는 두 달 전 서울 강남지하쇼핑센터에서 옷을 산 뒤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는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다짜고짜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되니 다른 가게서 사라”는 주인의 태도에 억울했던 나 씨는 국세청에 신고를 하려 했지만 이 또한 또 포기했다. 현금영수증을 다시 발급받으려면 해당가게에서 물건을 샀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씨는 “영수증이 없어서 이를 증명할 수가 없는데 소비자가 물건을 샀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 답답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선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을 기존 52개에서 57개로 확대하는 등 현금영수증 발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당했을 경우 이를 구제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 있는 한 제과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임의취소한 뒤 발송된 문자 캡처.
                                                                            [사진= 제보자 제공]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소비자가 영업점으로부터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당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은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나 신고전화 126,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들 방법 모두 소비자가 업체로부터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당했다는 증거를 직접 제시해야 해야만 현금영수증을 복구 받을 수 있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당시 상황을 영상이나 녹음, 사진 등의 기록을 남겨두기란 쉽지 않은데다 간이영수증 발급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예비신부 이모(29ㆍ여) 씨는 인근 시장에서 실내 슬리퍼를 사고 현금영수증을 받으려다가 거부당해 국세청 126에 신고를 하려 했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어 난감했다. 이 씨는 “현금을 찾은 통장내역이나, 간이영수증 같은 증빙할만한 자료를 내라고 하는데 현금은 예전에 찾아둔 것이고 간이영수증을 발급받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며 “현금영수증은 당연히 받아오던 것인데, 발급 거부당한 상황을 증명하거나 녹음하거나 기록을 남겨두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신고 시 제출해야하는 자료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물건을 구매했는데도 불구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당했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며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를 당했을 때 현장 기록을 반드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일부 상점들의 경우 노인 등 정보에 대해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행해놓고 임의로 취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취소는 카드영수증 단말기 상에서 취소버튼을 누르고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쉽게 취소가 가능하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강모(43) 씨는 “70대인 어머니가 동네 빵집이나 슈퍼 등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항상 아들 번호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시는데, 불과 한 두 시간 후에 현금영수증 발급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수차례 받은 적이 있다”며 “업체 측에서 일방적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취소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서 화가 났지만, 신고하려니 액수는 적고 번거로워 그만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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