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품 말고도 순정 부품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만든 복제품도 짝퉁 부품이다. 현지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사용해 판매하고 있는 이 같은 유사품은 순정품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품질 검증 여부를 알 수 없는 모조 부품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도 러시아 중동 등 해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거래된 위조 부품과 불법 유통 부품 규모는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 필터와 벨트류,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성 부품부터 업소버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해 단속한 불법 위조 부품은 중국이 36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29억원, 중동 25억원 순이다. 이들 국가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낮은 반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베이징과 상하이 장쑤 3개 부품법인과 합동으로 중국 전역 16개 도시에서 총 10여 차례 짝퉁 부품 단속을 실시해 불법 유통업체 69개소를 적발했다. 위조 부품이 지방 소도시까지 퍼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 시장관리국과 공조해 합동 단속을 벌인 것이다.
중국과 가까운 베트남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생산 거점은 없지만 모조 부품 유통이 활발한 곳이다. 베트남에서 제조한 모조품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제조된 짝퉁 부품도 육로와 해상을 통해 유입된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위조품은 순정품보다 75%가량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에서 가장 큰 자동차 부품시장이 형성돼 있는 하노이 지역을 단속한 바 있으며 향후에도 관계 당국과 협조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는 최근 들어 짝퉁 부품 유통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언제, 어디서 짝퉁 부품이 출몰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2013년에는 저가의 중국산 엔진밸브와 타이밍 벨트 등 위조 부품 200여 종이 국내로 들어왔다가 다시 해외로 판매된 경우도 있다. 2012년에는 사용된 에어백을 봉합한 이른바 '재생 에어백'을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판매한 공업사 대표와 중고차 매매업자 등이 당국에 검거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법망과 부품업체의 근절 노력에도 짝퉁 부품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완성차 설계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자동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순정 부품에 비해 위조 부품은 취약한 내구성으로 인한 차량 성능 저하와 이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부품에 문제가 있어도 보증받을 수 없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짝퉁 부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부품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부품을 교환하는 정비업체가 순정품을 취급하는 공식업체인지 확인하고, 부품 교환 시 순정품 홀로그램 등 정품 여부를 정비업체 측에 꼼꼼히 물어보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자동차 점검이나 정비 시 견적서 등을 미리 받아두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빙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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