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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손님만 더…기사ㆍ승객 위협하는 ‘일차 택시’ 아시나요
-2교대 없이 24시간 운전하는 법인택시 영업 관행
-사납금 50% 더 내는 대신 수입 늘리려고 무리수
-택시기사ㆍ차량 수급문제 해결방안으로 묵인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최근 18명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버스 졸음운전 사고는 버스 기사들에 대한 상식 밖 업무 시간을 외부에 알려 이를 바로 잡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옆 동네인 택시 업계에선 교대 없이 하루종일 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이른바 ‘일차 택시’가 아직 횡행하고 있다.

10일 서울시와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일차 택시란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의미인 ‘전일(全日)차 택시’ 준말로, 기사가 사납금을 50% 가량 더 내는 대신 사측에 법인택시 종일 운행권을 받아 영업에 나서는 행태를 말한다. 

교대 없이 한 사람이 하루종일 운전대를 잡는 일명 ‘일차 택시’가 택시업계에서 아직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헤럴드DB]

택시기사 임모(62) 씨는 “영업 시간에 제약이 사라지는 만큼 돈이 급한 기사들이 활용한다”고 했다. 통상 법인택시는 한 대마다 운전기사 2명이 12시간씩 갈아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사납금과 매출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다보면 졸음 운전 등 사고 위험이 커지는데, 이를 통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영업 시간과 쉬는 시간 모두 기사 재량에 달려있어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 택시와는 달리 사납금이 있는 만큼, 같은 근무 조건이면 법인 택시가 더 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사 안전은 물론 시민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차 택시가 생기는 이유로는 매년 눈에 띄게 주는 법인 택시기사 수가 지목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 기준 4만867명이던 법인 택시기사 수는 올해 6월 기준 3만3816명으로 17.26%(7051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인 택시 수는 2만2831대에서 2만2714대로 0.52%(117대) 소폭 감소했다. 택시는 남고 기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급 문제가 해결되니 사측이 묵인한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을 맺는 일도 많다고 언급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 52시간으로 제한하지만 59조 특례법에 따라 육상운송업 등 26개 업종은 노사 합의만 있다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최근 버스사고가 이어지며 버스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됐지만 택시는 그대로다.

택시기사 김모(59) 씨는 “택시도 특례업종에 제외시켜 근무 강도를 낮춰야 한다”며 “근로 시간이 줄어 사납금이 현실화되면 무리하게 돈을 벌기 위한 일차택시 관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은 이런 내용으로 지난 달 말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시는 택시관리시스템을 통해 18시간 이상 근무 중인 택시 기사가 보인다면 해당 회사에 통보하는 등 간접적으로나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 또한 택시기사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판단, 젊은 층 중심으로 구직자를 택시 시장에 끌어들일 방안을 고심 중이다.

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차 택시 운영은 택시업계 자율에 맡긴 상황”이라며 “각 업체들도 사고 지수가 상승하면 내야 하는 보험료도 높아지는 만큼, 관리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 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기사 수가 늘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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