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 의료 소비자가 막는다

의료정보 비대칭성 극복 위한 소비자와 의료인 노력 주목

기사승인 2017-08-03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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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얼마 전 치과 과잉진료 실태를 고발한 강창용 원장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됐다. 방송출연 및 자신의 SNS계정 등으로 과잉진료 문제를 알리자 치과계의 ‘내부고발자’로 지목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후 강 원장은 ‘양심 치과 의사’로 네티즌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의료는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비대칭이 심한 대표적인 분야다. 의료지식의 전문성과 의료행위의 특수성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이 받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의사보다 잘 수 없는 한계에 처해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한 소비자와 의료인들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 소비자가 만드는 병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협동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건강증진 활동 등을 꾸려가는 의료공동체를 말한다. 지역주민들이 출자한 기금으로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해 나가면서 지역사회 내 의료 복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의료비용과 수익 등 운영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방중심 의료, 의료양극화 해소 등을 지향해 소비자 중심 의료서비스의 대안으로 꼽힌다. 임종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장(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의료사협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요구가 일상적이다. 치과의 경우 의료기관마다 가격 편차가 큰 편이지만 의료사협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재료 등 구체적인 원가를 공개하고 적정한 가격을 받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보다 안전한 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임 교수는 “많은 의료기관에서 문제되는 것이 항생제 남용 등 부적절한 처방 문제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데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면 중복처방 등을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다. 의료사협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조합원들의 주치의로서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정보공유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의료인과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입소문, 새 플랫폼으로 옮긴 '모두닥'

치과마다 달라지는 견적과 커져가는 의구심. 환자들 사이의 입소문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온다면 어떨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젊은이들도 주목된다. ‘모두닥’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안무혁(30), 이상훈(27)씨다.

이들이 운영하는 모두닥은 온라인으로 치과진료를 예약하고, 진료 받은 사람만 해당 치과의사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과대학 졸업 이후 의료 관련 스타트업 창업을 구상하던 안씨가 바이오시스템공학 전공자인 이씨를 만나 사업이 구체화됐다.

안씨는 “의과 대학 시절에 기숙사 근처치과를 간 적이 있다. 견적을 들어보니 금니 4개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의심이 들어 대학동기에게 물어 추천받은 치과에 가보니 치아가 썩은 수준이 아니라며 지켜보자는 답변을 들었다”며 “치과의사마다 견적이 다르고 잘못 치료를 받아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입소문을 투명하게 한데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과잉 진료, 의료 소비자가 막는다

기존에도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는 플랫폼이 여럿 있다. 그 중 모두닥이 차별화한 점은 환자 중심 정보 공유에 중점을 둔 점이다. 환자 리뷰도 의료기관이 아닌 치료를 받은 치과의사 개인을 대상으로 남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익 구조도 치과의사 1인당 플랫폼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김 씨는 “치과의사 한 분 당 동일한 금액의 비용을 받도록 설계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면 리뷰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고, 의사마다 실력 차이가 있음을 감안했다. 의료기관 광고 베이스로 운영하게 되면, 예약이 많은 치과가 상위에 오르는 등 투명한 운영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서비스는 결국 환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환자와 의사를 연결하고 투명하게 교류하는 시도는 바람직 변화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서비스 지역과 분야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와 환자 간 의료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환자들이 얻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료사고와 과잉진료”라며 “환자들도 의학서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의학교과서를 자국어로 만들어 교육하는 추세인데 우리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 등 아주 기본적인 정보에만 접근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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