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흉기로 돌변하는 ‘장우산’

이유진·김지혜 기자

강한 바람에도 강해 인기

대학생 김정훈씨(20)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밤을 떠올리면 간담이 서늘하다. 오후 9시쯤 귀가를 위해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내린 김씨는 계단을 오르면서 들고 있던 장우산을 무심코 옆구리에 걸쳤다. 순간 뒤에서 “악” 하는 소리가 났다. 김씨의 우산이 뒤따라오던 여성의 얼굴을 찌를 뻔한 것이다. 김씨는 “우산을 편하게 들려고 무심코 옆구리에 걸쳤는데 뒤에 있는 사람에게는 흉기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장마철 흉기로 돌변하는 ‘장우산’

5살 된 딸을 가진 주부 최모씨에게도 장우산은 무서운 존재다. 2년 전 버스 정류장에서 한 중년 남성이 들고 있던 장우산이 딸의 볼을 긁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 남성이 급하게 버스를 타느라 장우산을 옆으로 든 채 달려가다 벌어진 사고다. 최씨는 “아이 얼굴에 그때 생긴 흉터가 아직도 있다”고 했다.

장마철이 되면서 장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장우산은 철대를 접을 수 없는 우산으로 길이 90㎝가 넘는 것들도 있다. 철대가 접히게 설계된 단우산에 비해 강한 바람에도 잘 꺾이지 않아 장마철이나 태풍철에 인기가 좋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지난 1~3일 장우산 매출이 전주 대비 41% 뛰었다.

장우산은 장마철 필수품이지만 끝이 날카로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 역사 등에서 장우산은 종종 흉기로 돌변한다. 지하철 5호선 역무원 김모씨는 12일 “장마철이면 우산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장우산을 잘못 들어 다른 사람의 발등을 찍거나 얼굴을 찌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우산으로 사람이 다치면 고의가 아닌 경우에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장우산으로 타인을 실수로 찔러 다치게 하면 과실치상죄 적용을 받는다”며 “과실치상죄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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