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징그럽다’ 편견 벗고 미래 식탁 향해 날다

윤희일 선임기자

식품산업대전서 다양한 먹거리 선보여…“우수한 곤충 종자 확보가 중요”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2015년 7월 열린 곤충요리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곤충을 식재료로 해 만든 요리가 전시돼 있다. 김영민 기자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에서 2015년 7월 열린 곤충요리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곤충을 식재료로 해 만든 요리가 전시돼 있다. 김영민 기자

꺅! 2013년 8월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했을 당시 전국의 영화관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영화 속 열차 승객들이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멀고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었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2017’에는 메뚜기 등 식용곤충 분말을 활용한 초콜릿·잼·소스(양념) 등이 대거 선을 보였다. 농업회사법인 디앤이이노베이션은 쇠고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3배 이상 많은 메뚜기 분말을 10% 정도 섞은 초콜릿 등을 내놨다. 이 회사 임정혁 대표는 “곤충이 사람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이르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2배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곤충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식량을 생산해낼 수 있는 식용곤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의 귀뚜라미를 생산하는 데 약 2㎏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8㎏의 사료가 소모됩니다.” 농촌진흥청 신소재개발연구실 황재삼 실장의 이 설명에는 요즘 뜨고 있는 ‘곤충의 경제학’이 잘 요약돼 있다.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식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곤충이라는 얘기다. 곤충이 갖고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가치가 커지면서 그동안 단순하게 관찰하거나 키우는 대상에 머무르던 곤충이 인간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곤충 붐’과 함께 식용곤충 생산을 포함한 곤충산업의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5년 3039억원으로 100%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2020년에는 5363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곤충시장 규모는 2007년 11조원에서 2020년 3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농가들도 곤충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곤충 생산농가는 1261가구로 1년 전의 724가구에 비해 무려 74.2%나 증가했다.

아직은 축제용이나 학습·애완용 곤충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식용곤충이 산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식용곤충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래에 펼쳐질 ‘식량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도 있다.

지난해 쌍별귀뚜라미·갈색거저리·흰점박이꽃무지·장수풍뎅이 등 4종의 곤충을 식용으로 새로 개발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식용곤충을 이용한 일반식 메뉴는 물론 환자식 메뉴까지 개발해 놓고 있다. 곤충을 이용한 환자식 메뉴는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이미 나왔다.

정부는 현재 7종인 식용곤충을 2020년까지 10종으로 늘리고 식용곤충을 이용한 환자식·특수의료식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진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은 “곤충산업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우수한 곤충 종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까지 5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에 곤충종자보급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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