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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계란·우유 자급자족 되는데…수급불안 왜?



경제정책

    쌀·계란·우유 자급자족 되는데…수급불안 왜?

    쌀, 계란, 우유 과잉생산에 가격 불안에도 뾰족한 대책 없어

    우리나라 농축산물 가운데 100%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 쌀과 계란, 우유가 있다. 국민들이 거의 매일 먹는 식탁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이들 식재료가 해마다 가격 파동을 겪으며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정부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급률 100%라는 얘기는 공급이 안정됐다는 의미인데, 오히려 수입 비중이 높은 다른 품목에 비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시장의 수급 조절기능이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으로,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스스로가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쌀, 자급률 100% ...정부 예산 지원, 농민들은 '마이웨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2월 25일자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2만893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5152원보다 11.2%나 하락했다.

    쌀의 가치가 이렇게까지 떨어진 배경에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2006년 78.8kg에서 지난해에는 61.9kg으로 21.4%나 급감했지만, 생산자 농민들은 쌀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419만7000톤으로 2015년 432만7000톤 보다 3%인 13만 톤 감소했지만, 올해 우리나라의 신곡 수요 물량인 389만8000톤을 감안하면 오히려 29만9000톤이나 초과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최근 10년 동안 400만 톤 규모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해도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논 1ha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고정직불금 8천383억 원을 이미 지난해 지급한데 이어 쌀값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1조4천90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는 쌀 농가당 평균 34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지난해 농가당 쌀 소득액 1289만 원 가운데 26%는 정부가 지원한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 직접 부담하는 쌀값에 별도의 세금까지 이중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 계란, 신선란 자급률 100%....가격 들쭉날쭉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계란도 국내 자급률이 99.5%에 달한다. 가공란을 제외하고 순수 신선란만 놓고 보면 자급률이 100%로 외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는 품목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국내 1일 계란 생산량은 2015년 4천270만 개에서 지난해에는 AI 발생으로 4천260만개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5천200만명) 대비 생산량을 감안하면 1인당 매일 0.82개, 연간 300개를 소비해야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계란 소비량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 등으로 1일 평균 0.68개 수준까지 떨어져, 매일 728만개 정도가 과잉 생산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11월 AI 발생 이전까지 계란 산지 출하가격은 특란 10개에 1천200원대로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AI 발생 이후인 지난 1월 23일에는 2210원까지 급등했다.

    그렇다면 자급률 100% 품목인 계란 유통시장이 왜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개인농가와 계열화사업체가 생산을 조절해야 하는데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조정이 안 되고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처럼 계란이 과잉 생산되면 농가들이 방역에 소홀하면서 AI가 발생하고 또 다시 계란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산란계 사육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농가들이 이를 지켜줘야 하지만, 정부 수급조절위원회에서 수입제한과 도태 등을 결정해도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산란계 농장들이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캐나다의 경우 산란계 입식 물량을 제한하는 등 신규진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계란 수급이 안정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입식 쿼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신선 시유(마시는 우유) 남아돌고, 치즈.버터 수입 늘어나도 수급조절 난항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원유(源乳) 유통물량은 40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국내산이 207만 톤이고 나머지 195만 톤은 분유와 치즈, 버터 등 유제품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량이다.

    문제는 이처럼 외국에서 유제품이 저가에 수입되면서 국내산 원유가 남아돌아 신선 시유(마시는 우유)가 처치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산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천700톤 규모로 지난해 5천800 톤에 비해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도 적정 생산량을 초과해 하루 잉여물량이 550여 톤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2월 말 현재 분유 재고물량은 1만400톤(원유량 기준 10만4000톤)이 쌓여 있다. 이는 적정 재고량 8천 톤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선시유만 놓고 보면 우유 자급률이 100%를 넘어섰다”며 “하지만 우유 소비량이 정체되면서 남는 우유를 분유로 가공해 저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014년부터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젖소를 과감하게 도태하는 감축 정책을 펴면서 지난해 12월에 국내 젖소 사육마릿수가 40만4천 마리로 2015년 보다 1.7% 감소했지만 아직도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산 원유가 수급조절에 실패한 원인은 젖소사육농가와 가공업체들 사이에 한 치 양보 없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이 손해를 입지 않는 부분에서 원유를 많이 생산해 우유업체에 공급하면 업체들이 유제품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고, 국내산 원유로 만든 신선한 치즈와 버터를 적절한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도 이득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원유 기본가격은 1ℓ에 92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0원에 비해 1.9% 인하됐지만, 젖소사육 농가들은 가격 보장제와 생산 쿼터제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연구원은 “현재 우유의 경우 생산 쿼터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제도가 농가들의 신규 진입장벽을 높여주면서 나중에는 권리금이 형성돼 재산권이 되기 때문에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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