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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은 시한폭탄?…업계-당국, 소비자보호 책임 떠넘기기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이현아 기자 | 2016-03-06 07:00 송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열흘 앞둔 4일 서울 시중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ISA관련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2016.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열흘 앞둔 4일 서울 시중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ISA관련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2016.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출시를 단 일주일 남겨놓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상품이 팔리기도 전이지만 각 금융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단속하고 나섰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당국이 부추긴 것이라는 업계의 호소에도 뼈가 있다.
◇ 금융권, ISA 유치경쟁 '과열'…당국 "자제하라"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 증권사들은 ISA의 사전예약판매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KDB대우증권은 ISA계좌를 사전 예약하는 사람에게 5%대 금리혜택이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의 매수기회를 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현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도 고금리 RP의 매수기회를 제공하며 ISA가입을 유치 중이다.

금융권 이벤트 단골인 상품권도 등장했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이 모바일과 백화점상품권을 ISA 예판 고객에게 나눠준다.
증권사들은 최근 허용된 비대면계좌개설 서비스를 이번 ISA계좌개설에 적극 적용하며 고객 유치에 열중이다.

시중은행은 스케일이 더 크다. 자동차, 골드바, 해외여행 등의 경품을 내걸고 ISA 고객 유치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승용차와 최신형 세탁기 등의 고가 경품을 걸고 ISA 상품을 예약판매하고 있고, NH농협은행은 골드바를 경품으로 내놨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해외여행상품권을, KEB하나은행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머니' 10억원 어치를 경품행사에 내걸었다.

이처럼 ISA 예약판매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경고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출시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수익률은 적당히 맞추고 유치 고객수나 점유율 같은 외형 경쟁에 치중하는 금융사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불완전 판매 문제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9일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투자자 유치를 위해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비이성정 과당경쟁은 투자자에 대한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금감원은 허위·과당광고 사용 등 부당광고행위 여부에 대해 불시에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업계 "ISA 과열은 금융당국이 부추긴 것…차라리 미루자"

하지만 금융업계도 할 말이 있다.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현재 상황은 금융당국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ISA는 절세효과가 뛰어난 대신 금융회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있는 상품이다. 상품 출시가 단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수료율을 공지한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다.

동시다발적인 상품 출시로 수수료경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업계의 자율에 맡긴다"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극심한 눈치보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ISA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정한 상태"라며 "그러나 다른 회사들이 어느 수준의 수수료율을 정하는지를 살펴보고 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PB를 통해 관리하고 있는 한 고객이 절세효과를 따져보기 위해 지점을 방문했지만, 수수료율이 정해지지 않아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현재 예판을 통해 계좌를 개설키로 한 전 고객을 상대로 수수료율에 대한 불완전판매 문제가 잠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출시일정을 서두르다 보니 상품의 구성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한경쟁상태에 돌입하게 됐다는 하소연도 많다.

특히 은행은 일임형ISA의 판매가 허용되면서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임형은 금융사에 투자전략을 맡기는 상품으로 증권사에만 허용이 됐지만 지난달 12일 금융위는 은행이 ISA에 한해 일임형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나 일임형 상품은 일정한 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다. 은행엔 자격증 소지자가 부족하다. 한 달 안에 교육을 받아 자격을 갖춘 사람을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금융당국이 일임형 판매를 위한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불완전판매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는 1인당 1계좌만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 초기 시장진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임형ISA의 경우 이제 막 상품을 설계하는 상황인데 출시일은 코앞으로 다가오니 우리로서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가 드러나면서 시중 은행과 금융소비자원 등이 ISA의 판매시기를 늦춰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당국은 예정대로 출시를 하라는 방침이다. 업계의 지적에는 외형적인 요건만 완전판매 요건을 갖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조사하거나 위험도를 설명하는 등 고객에게 알려줘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을 뜻한다"며 "ISA 사전 예약이나 판매할당 등은 불완전 판매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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