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변질된 화장품이 피부에 독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변질’의 기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화장품에 표기되는 제조일자, 사용기한, 유통기한의 개념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유통기한은 진공 포장된 상태로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을, 사용기한은 개봉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보통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3년이다. 하지만 개봉 후에는 1년 안에 쓰는 것이 좋다. 마스카라, 아이크림, 립 제품처럼 공기 접촉이 많거나 예민한 부위에 사용하는 제품은 개봉 후 6개월 이내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 12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화장품 브랜드숍을 돌며 선크림, 핸드크림 등의 제품에 표기된 제조일자, 유통·사용기한 등을 확인하고 각 브랜드 판매담당자에게 정확한 사용기한을 물었다. 답이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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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까지’라고 적힌 익스트림 세이프티 선 크림을 들고 “이 제품은 개봉 후 얼마까지 쓸 수 있는 것이냐”고 묻자 이니스프리 직원은 “개봉 후 2018년까지 써도 된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가급적 1년 지나면 버리시는 것이 좋긴 하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제품 하단에 적힌 개봉 후 사용기한은 12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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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뛰드 직원 역시 “(선크림의)유통기한이 3년, 사용기한이 2년 정도 된다”고 설명한 후 기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급하게 표기를 확인, “아, 개봉 후 1년이네요”라고 정정했다. 해당 제품은 여성과 아이를 위한 맘앤키즈 제품이었다. 테스트용 제품은 지난 2014년 7월 제조된 제품으로 언제 개봉했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자외선차단제의 경우 사용기한이 지나면 효능이 거의 미미해지며 트러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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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년 쓰다 버리시면 돼요.”

최근 출시된 바나나모양 핸드크림의 사용기한을 묻자 돌아온 토니모리 매장 내 직원의 대답이다. 그는 해맑은 모습으로 “이 제품은 오래 써도 되는 제품이며 한 2년 정도 쓰다 버리면 된다”고 답했다. 제품에는 사용기한이 적혀있지 않았고 포장지 하단에 12M(1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 ‘프로방스 카렌듈라 워터프루프 선블럭’은 유통기한만 적혀있고 사용기한은 별도 표기돼있지 않아 직원이 설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사용기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래된 화장품을 발랐다가 피부질환을 겪는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등은 ‘EXP(Expiry date)’, ‘MFG(manufacturing date)’ 등으로 인지하기 어려웠던 유통·사용기한 등의 표기법을 쉽게 바꾸는 등의 노력을 펼쳤고 국민권익위원회는 화장품 샘플에도 유통기한을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지만, ‘아직도’ 화장품 사용기한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안전을 위해 보다 현명해져야 할 때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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