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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역대 최저' 소비자물가 상승률 왜 체감 안되나

[취재파일] '역대 최저' 소비자물가 상승률 왜 체감 안되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소비자 물가는 재작년보다 불과 0.7%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9년 2.8%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3%, 2011년 4%를 기록했다가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로 떨어진 뒤 지난해 0.7%까지 곤두박질친 겁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금까지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이 최저치였습니다. 당시 물가상승률이 0.8%였는데, 이보다도 더 낮아진 겁니다.

주원인은 역시 세계적인 저유가 추세입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재작년 3분기 배럴당 10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30달러대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기름값이 싸지고, 각종 석유화학 제품과 이와 연계된 산업군 제품들 가격까지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은 셈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메르스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은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걸 체감하지 못합니다. 소비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물가가 많이 올랐고 비싸서 살림살이가 빠듯하다고 호소합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걸까요?

통계를 잘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그렇게 체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생필품과 관련된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2.1%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이 0.7%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품목들의 물가는 상당히 많이 오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사기관이 다르긴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팀이 조사한 바로도 지난해 체감 장바구니 물가 수준은 1년 전에 비해 12.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세금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못한 측면도 있고요, 또 공식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조사함에 있어서 조사의 주기라든지 조사대상 품목이 실제로 가계가 소비하고 지출하는 품목, 빈도와 일치하지 않는 것도 체감물가와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냉장고와 채소 가격을 들어보겠습니다. 냉장고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은 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는 몇년에 한번 사는 것인만큼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채소의 경우에는 거의 매주 사는 품목이다보니, 조금만 올라도 많이 오른 것처럼 체감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사 대상 품목과 조사 빈도의 차이가 괴리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올해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올해는 가스요금만 9% 정도 인하될 뿐 그 외 대부분 공공요금은 오를 전망입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오를 전망이고, 각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상하수도 요금도 3년간 단계적으로 인상됩니다.

여기에 버스와 택시비 등 대중교통비와 쓰레기봉투 값이 오르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들이죠. 장바구니 물가 역시 새해에도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이래저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올해 물가 역시 여전히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입니다.  

▶ 물가상승률 역대 최저…내수 부진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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